저번 시간에 이어서 오늘도 재미있는 정보들을 들고온 랄피 입니다. 저번 시간까지는 조금 묵직한 내용들을 다뤘었죠. 대륙 이름의 유래, 거기에선 신화들도 등장하기도 했었죠. 오늘은 비교적 편한 마음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삶의 필수 3요소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네, 맞습니다. 의식주입니다. 다시 말해서 옷, 음식, 주거지인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음식을 다룰 것입니다. 맞습니다. 음식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 소개하겠습니다. 처음은 친숙한 한식으로 가볼까요? 첫 번째로 말씀드릴 것은 바로 숙주나물입니다. 숙주나물은 추석에 즐겨 먹는 음식인데요, 혹시 숙주나물 좋아하시나요?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숙주나물은 녹두의 싹을 틔워 기른 것을 끓는 물에 데쳐서 무친 나물로 녹두나물이라고도 부릅니다. 나물로 무쳐서 단독으로 먹기도 하고, 비빔밥에 넣어서 먹기도 합니다. 친숙한 반찬이라 살면서 많이 입에 오르내렸을 텐데, 가끔 좀비 영화를 볼 때 바이러스 숙주라는 단어가 나오면 숙주나물을 떠올리곤 했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저는 숙주나물 이름의 유래가 식물이 자라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숙주나물의 유래는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조선 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숙주나물은 상하기 매우 쉬운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신숙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 신숙주라는 인물은 세종대왕을 도와 집현전에서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했던 인물입니다. 여러분 세종 이후의 왕이 누군지 아시나요? 맞습니다. 문종, 단종, 세조입니다. 이 세 임금의 이름을 들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죠. 바로 사육신과 생육신입니다. 사육신은 문종의 왕위 유지를 주장하며 끝까지 저항했다가 끝내 처형되었는데, 신숙주는 그와 달리 수양대군의 편에 서서 왕위찬탈에 기여했기 때문에 변절자로 낙인이 찍혀 민심이 매우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녹두나물이 변절한 신숙주처럼 잘 상한다며 ‘숙주’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음식 이름에까지 반영이 되었을 사건들이면, 당시 민중들이 얼마나 비통해했는지를 엿볼 수 있네요. 두 번째는 총각김치입니다. 총각김치는 어린 무를 무청을 자르지 않은 채로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서 담급니다. 총각김치라는 단어를 분해하여 봅시다. 김치는 우리가 아는 그 김치이고, 총각은 한자어로 總角입니다. 摠(총)이라는 글자는 다 총 이라는 한자입니다. 총원 몇 명 할 때 그 총입니다. 이 글자는 원래 ‘상투를 튼다’는 의미를 지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어의 의미가 변화한 것이지요. 그리고 角(각)이라는 글자는 뿔 각 이라는 한자입니다. 이는 조선 시대 남성이 상투를 틀기 전 머리를 두 갈래로 나눠 양쪽에 뿔 모양으로 동여맨 모양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총각’이라는 무청의 모양에서 나온 것인데, 작고 길게 늘어진 무청의 모양이 마치 총각의 머리채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도루묵입니다. 여러분은 도루묵을 드셔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도루묵은 12월이 제철입니다. 이때 도루묵을 먹으면 입안에서 알이 톡톡 터져서 재미있는 식감과 함께 특유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이 연하고 심지어 담백하기까지 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조선 전기와 중기를 나누는 시기인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의 14대 임금인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인해 피난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목어란 이름의 생선을 맛보게 됩니다. 당시 목어는 '묵'이라고 불렀는데요, 처음 먹어 본 묵은 별미였나 봅니다. 선조는 “이렇게 맛있는 생선의 이름을 ‘묵’이라 부르는 것은 너무 초라하다”면서 ‘은어’라는 이름을 내렸습니다. 이후에 시간이 흐르고 선조는 환궁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피난처에서 먹었던 은어 맛이 생각나서 이를 상에 올리게 했습니다. 궁궐 산해진미에 빠져 있던 선조의 입맛에 그 맛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이에 선조는 “도로 묵이라고 해라”고 명했습니다. 그래서 ‘도로 묵’, 지금의 ‘도루묵’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일화를 들으니 원효대사의 해골 물이 생각납니다. 저도 훈련소에 있을 때, 건빵이 얼마나 맛있게 느껴졌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맛있는 것들이 많아서 그냥 그렇습니다. 네 다음은 설렁탕인데요, 설렁탕은 이름의 유래와 더불어 한가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선 설렁탕은 소뼈를 고아서 만든 음식입니다. 이 음식의 유래는 조선시대 때 왕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던 제단 이름이 선농단인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제사를 지낼 때 소를 제물로 바쳤는데, 제사가 끝난 이후에 제물로 바쳤던 소를 잡아 끓여서 함께 나눠 먹었던 것이 오늘날의 설렁탕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종실록에도 임금이 선농단에 제사를 지낸 뒤 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아까 추가로 전달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죠? 그것은 단어의 변화입니다. 아마 살면서 한 번쯤은 설렁탕을 파는 식당 상호가 설렁탕이 아닌 '설농탕'이라고 표기되어있는 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처음부터 이름이 설렁탕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선농단에서 설농탕, 그리고 설농탕에서 설렁탕. 단어는 발음하기 쉬운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아무튼 오늘 역사로 음식 이름의 유래 알아보기 한식 편을 이렇게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는 외국 음식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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