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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어원

유럽 이름의 어원, 에우로페 그리고 그의 아들 미노스.

by 랄피위글 2023. 2. 10.

유럽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온 걸까? 유럽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파생된 단어들은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유럽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스 신화에 에우로페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그 인물의 이름을 따서 유럽이라는 대륙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저 인물의 이름을 따왔을까? 그녀는 페니키아인이며 이오의 후손이다. 문헌들에 따르면 에우로페의 세부 가족에 대해서는 약간씩 차이가 난다. 아무튼 이오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은 전설적인 요정으로, 제우스가 아내 헤라의 질투를 피하기 위해 그녀를 암소로 변하게 하였다. 에우로페는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와 여왕 텔레파사의 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역사서인 일리아드에 따르면, 그녀는 포이닉스의 딸이다. 그녀에게는 남자 형제가 있었는데 카드모스와 킬릭스가 그들이었다. 하지만 몇몇 전승에서는 아버지인 포이닉스도 그 형제들에게 포함된다.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자면, 그리스 신화 세계관에서는 태초에 인간은 둘 이었기에, 형제·자매 관계이면서 부모 자식 관계인 경우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여기까지가 그녀의 가족관계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유럽이라는 명칭의 기원이 되는 신화에 대하여 소개하겠다. 신들의 신인 제우스라는 인물은 굉장히 복잡한 이성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여신들과 사랑함에 그치지 않고 인간 여성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던 중 제우스가 꽃을 따러 나온 에우로페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제우스는 하얗고 멋진 황소로 변해서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녀를 등에 업고 바다로 들어가 크레타로 납치해서 그녀와 사랑을 나눈다. 크레타는 이름 그대로 크레타 문명의 발상지인데, 크레타 문명은 알다시피 유럽 주변이다. 그렇다. 제우스가 그녀를 등에 업고 바다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동했던 곳이, 오늘날의 유럽 땅이다. 
 이후 후대에 그녀의 이름은 스트라본과 같은 그리스 고대 지리학자들에 의해 유럽 대륙의 이름으로 차용되었다. 이 이름은 그리스어 Ε υ ρώπη에서 비롯되어 거의 모든 유럽어족에서 사용되었다. 크레타에 도달한 후에 제우스는 에우로페에게 대장장이의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 준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그 목걸이는 영원히 미모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목걸이였다. 이후에 에우로페는 크레타에서 여왕이 되었고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세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들의 이름은 미노스, 라다만티스, 사르페돈이다. 이후 미노스(Μίνως)는 그리스 신화에서 크레타섬의 전설적인 왕이 되었다. 미노스 문명은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지어졌는데 그의 아내 파시파에와의 사이에서 아리아드네, 데우칼리온, 안드로게우스, 카트레우스, 아카칼리스, 파이드라, 글라우코스 등을 낳았다. 그는 무려 그리스 최초로 함대를 만들어 에게해 대부분을 장악하고, 퀴클라데스 군도를 정복하여 대부분의 섬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미노스(Μίνως)라는 말이 과연 이름인지 아니면 왕이라는 크레타어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시 돌아와서, 미노스가 다스리고 있었던 크레타섬에는, 괴물 미노타우루스가 미궁(라비린토스)에 갇혀 살고 있었는데,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섬으로 와서 괴물을 없앨 것을 선언하였다. 그러자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돕고자 다이달로스를 찾아갔으며, 다이달로스는 그녀에게 실뭉치 하나를 주고 사용법도 함께 알려 주었다. 이후에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실과 칼을 주었다. 여기서 잠시, 추리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에 대해서 아는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 '아가사'에서는 이 신화에서 착안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넘버 중에 '라비린토스'라는 넘버가 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크레타섬의 미궁 이름에서 착안 한 것이다. 또 가사 중에 한 자루의 칼과 붉은 실이 자주 언급되는데, 그것 역시 다이달로스가 준 붉은 실과 칼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작품의 주된 정서는 '미궁과 미로의 차이'다. "미궁"은 가지 없는 한 개의 길만을 따라가서 결국 구조물의 중심에 이르게 되는 것을 말하지만, "미로"는 여러 갈래의 길이 복잡하게 가지를 쳐 있고 그 길들 중 한 방향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미궁은 중심을 향한 분명한 길이 있으며, 길 찾기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다시 돌아와서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루스를 죽인 뒤 아리아드네와 함께 달아나자 분노한 미노스는 그들을 도와준 조력자 다이달로스를 이카로스와 함께 가뒀는데 두 사람이 탈출하자 또다시 분노하여 다이달로스를 잡기 위해 궁리했다. 미노스는 고둥 껍데기를 실로 꿰면 상을 준다는 사실을 모든 나라에 알렸다. 그리하여 다이달로스가 은신하고 있던 시칠리아(현 이탈리아 지방) 카미코스의 왕 코칼로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이달로스는 실을 꿰어 주었다. 그리고 미노스왕은 실이 꿰어진 고둥을 코칼로스로부터 받고 카미코스로 가서 다이달로스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일단 코칼로스는 미노스를 다이달로스가 만든 목욕탕으로 들여보내고 다이달로스에게 방법을 강구했다. 다이달로스는 끓는 뜨거운 물을 욕조로 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미노스는 결국 목욕하던 도중 뜨거운 끓는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그만 화상을 입어 죽고 말았다. 생각보다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그리스의 지하세계인 하데스의 판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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